
명절이 지나고 나면 냉장고 안에 꼭 남는 음식이 있죠. 바로 전이에요.
동태전부터 동그랑땡, 호박전, 꼬치산적, 육전까지 종류별로 조금씩 준비했을 뿐인데 막상 다 부쳐놓고 보면 양이 꽤 많아요. 명절 당일에는 갓 부친 전이라 맛있게 먹지만 이틀, 삼일 계속 먹다 보면 아무리 좋아하는 전이라도 조금씩 물리기 시작하고요.
그렇다고 정성 들여 만든 전을 버리기는 아깝죠.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기는 하는데, 며칠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그때 가서 냉동실로 옮기기도 하고요.
전이 많이 남았다면 처음부터 며칠 안에 먹을 양과 냉동할 양을 나눠두는 게 편해요. 특히 남은 전을 커다란 봉지 하나에 몽땅 넣어 얼려버리면 나중에 몇 장만 먹고 싶어도 전부 붙어 있어서 떼어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냉동했던 전은 다시 데우는 방법에 따라서도 식감 차이가 꽤 커요. 전자레인지에 오래 돌렸다가 축축해진 전을 먹어본 적도 있을 텐데요.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이런 눅눅함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 여러 종류가 한두 장씩 애매하게 남았다면 계속 반찬으로 데워 먹기보다는 얼큰한 전찌개로 바꿔 먹는 것도 괜찮고요.
명절이 끝난 뒤 냉장고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전, 어떻게 보관하고 먹으면 좋을지 하나씩 정리해볼게요.
남은 명절 전, 냉장과 냉동부터 나눠두기
전을 보관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할 건 언제 다시 먹을지예요.
금방 먹을 정도만 냉장실에 두고, 며칠 안에 다 먹기 어려울 것 같은 양은 일찍 냉동실로 옮겨두는 편이 낫습니다. 냉장고에 며칠 넣어뒀다가 뒤늦게 냉동한다고 해서 그동안의 보관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여기서 은근히 헷갈리는 게 하나 있어요. 전을 다 부친 뒤 완전히 차가워질 때까지 밖에 둬야 하는지인데요.
예전에는 뜨거운 음식을 냉장고에 바로 넣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잖아요. 그래서 온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식탁에 두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조리한 음식이 실온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해요.
미국 FDA에서는 냉장이 필요한 음식이나 조리하고 남은 음식은 일반적으로 2시간 이내에 냉장 또는 냉동하는 것을 안내하고 있어요. 날씨가 아주 덥거나 주변 온도가 높은 환경이라면 그보다 더 빨라야 하고요.
특히 명절에는 전 하나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잡채도 하고 나물도 무치고 고기도 준비하다 보니 먼저 만들어둔 음식은 신경 쓰지 못하기 쉬워요. '조금만 더 식혀야지' 했다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버리는 거죠.
양이 많다면 한곳에 수북하게 쌓아두기보다 넓고 얕은 용기에 나누어 담아 열이 빠지기 쉽게 해두면 돼요. 완전히 차가워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냉동할 전을 정했다면 한 번 먹을 양을 생각해서 나눠두는 게 좋아요.
전 표면에 기름이 많이 남아 있다면 키친타월로 살짝 눌러 정리하는 정도면 충분해요. 기름을 전부 없애겠다고 꾹꾹 누를 필요는 없고요. 너무 세게 누르면 계란옷이 벗겨지거나 전 모양이 망가질 수 있으니까 겉에 많이 남아 있는 기름만 가볍게 정리하면 됩니다.
그다음 평소 한 끼에 먹는 양을 생각해서 밀폐용기나 냉동용 지퍼백에 나눠 담으면 돼요.
명절에 전이 많이 남으면 귀찮아서 큰 봉지 하나에 전부 넣고 싶어지는데, 나중을 생각하면 소분해두는 게 훨씬 편해요. 꽁꽁 언 전을 몇 장 떼어내려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먹을 만큼만 꺼낼 수 있으니까요.
언제 냉동했는지 날짜도 간단하게 적어두면 좋아요. 처음에는 당연히 기억할 것 같지만 냉동실에 들어간 순간부터 이상하게 날짜가 헷갈리기 시작하거든요.
명절 전 / 9월 ○일 정도만 적어둬도 충분해요. 비슷한 반찬이 여러 개 있을 때 오래된 것부터 찾아 먹기도 훨씬 편하고요.

종이호일로 나눠 얼리고, 다시 먹을 때는 눅눅함 줄이기
전을 여러 장 겹쳐서 냉동해야 한다면 종이호일이나 식품용 랩을 사이사이에 끼워두는 방법이 꽤 편해요.
밀폐용기 바닥에 종이호일을 한 장 깔고 전을 올린 다음, 다시 종이호일을 올리고 그 위에 전을 담는 식이에요. 전 한 장마다 일일이 포장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이렇게 층을 나눠놓으면 얼고 난 뒤 차이가 느껴져요.
전끼리 딱 붙어버리는 걸 줄일 수 있어서 필요한 만큼만 꺼내기 쉬워지거든요.
종류별로 무조건 따로 보관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동태전 냄새가 다른 전에 배는 게 싫다면 생선전만 따로 담아도 되고, 나중에 종류별로 골라 먹고 싶다면 처음부터 나눠두는 게 편하겠죠.
반대로 전찌개를 끓일 생각이라면 굳이 전부 따로 나눌 필요도 없어요. 동태전 몇 장, 동그랑땡 몇 개, 호박전 몇 장처럼 전찌개 한 번 끓일 만큼씩 한 봉지에 담아두면 나중에 훨씬 간단해요.
냉동용 지퍼백을 쓴다면 안에 공기가 너무 많이 남지 않게 정리해서 닫아두는 편이 좋고요.
다만 냉동실에 넣었다고 전이 처음 부쳤을 때 모습 그대로 멈춰 있는 건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나 향, 식감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냉동해두고 한참 잊어버리기보다는 상태가 좋을 때 먹는 게 낫습니다.
이제 다시 먹을 때가 문제죠.
가장 간단한 건 역시 전자레인지예요. 몇 분이면 따뜻해지니까 편하기는 한데 전 종류에 따라 표면이 축축하고 부드러워질 수 있어요. 바삭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면 크게 상관없지만, 전 특유의 구운 느낌이 아쉽다면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를 같이 이용해볼 만해요.
프라이팬에 데울 때는 기름을 처음부터 넉넉하게 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전 자체가 이미 기름에 부친 음식이라 팬에 올려보고 상태에 따라 아주 조금만 더해도 충분하거든요.
불도 너무 세게 잡지 않는 게 좋아요. 센 불에 올리면 겉은 금방 노릇해지는데 안쪽은 아직 차가운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동그랑땡이나 육전처럼 두께가 있는 전이라면 특히 그렇죠. 겉만 뜨겁다고 바로 꺼내기보다 안쪽까지 충분히 데워졌는지 확인하는 게 좋아요. FDA에서도 남은 음식을 다시 데울 때 중심부가 약 74℃까지 충분히 가열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도 편하지만 몇 도에 몇 분이라고 딱 하나의 시간을 정해놓기는 어려워요.
호박전처럼 수분이 많은 전과 얇은 동태전, 두툼한 동그랑땡은 같은 시간 동안 돌려도 상태가 다르고 에어프라이어마다 화력 차이도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오래 돌리기보다는 중간에 한 번씩 상태를 보면서 시간을 더하는 편이 실패가 적어요.
두꺼운 전은 전자레인지에서 짧게 속을 데운 다음 프라이팬에서 앞뒤로 살짝 구워 먹는 방법도 괜찮아요. 전자레인지의 편리함도 챙기고, 겉면의 눅눅한 느낌도 조금 줄일 수 있거든요.
물론 냉동했던 전이 처음 부친 날처럼 완전히 똑같아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종류에 따라 데우는 방법을 조금만 달리하면 그냥 전자레인지에 오래 돌렸을 때보다 훨씬 먹기 좋은 상태로 즐길 수 있습니다.

조금씩 남은 전은 얼큰한 전찌개로 바꿔 먹기
명절이 끝나고 냉장고나 냉동실을 정리하다 보면 꼭 이런 순간이 와요.
동태전은 두 장 남아 있고, 동그랑땡은 세 개, 호박전은 네 장 정도 남아 있는 식이죠. 다시 한 접시 차려 먹기에는 뭔가 애매하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깝고요.
그럴 때 한 번에 정리하기 좋은 메뉴가 전찌개예요.
명절 내내 전을 먹어서 조금 물린 상태라면 그냥 다시 데워 먹는 것보다 김치와 함께 칼칼하게 끓였을 때 훨씬 다른 느낌으로 먹을 수 있어요.
전찌개라고 해서 특별한 전을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동태전, 동그랑땡, 호박전, 육전, 산적처럼 집에 남아 있는 걸 활용하면 돼요.
2~3명이 먹는 정도라면 남은 전과 신김치 약 1컵, 양파 반 개, 대파 정도면 무난해요. 칼칼한 국물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도 잘 어울리고요. 국물은 멸치나 다시마로 낸 육수를 써도 되고 따로 육수가 없다면 물로 끓여도 괜찮습니다.
냄비 바닥에는 먹기 좋게 자른 김치와 양파를 먼저 깔고 그 위에 남은 전을 올려요. 호박전이나 동태전처럼 쉽게 부서지는 전은 아래쪽에 꾹 눌리지 않도록 위쪽에 올리는 편이 낫고요.
국물은 처음부터 너무 많이 잡지 않는 게 좋아요. 재료가 어느 정도 잠길 정도로 시작해서 끓이면서 부족하면 조금 더 넣으면 되거든요.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고 먼저 끓여본 다음 국간장은 마지막에 간을 보면서 맞추는 편이 편해요.
전찌개는 생각보다 처음부터 간을 세게 잡을 필요가 없어요. 전 자체에 이미 간이 되어 있고 김치에서도 짠맛과 감칠맛이 나오거든요. 특히 동그랑땡이나 산적처럼 양념이 들어간 전이 많으면 끓이면서 국물 맛이 더 진해질 수 있어요.
처음에는 조금 싱거운 것 같은데 싶어도 한 번 끓여보고 간을 맞추는 게 나아요. 처음부터 간장이나 새우젓을 많이 넣었다가 국물이 짜지면 다시 맞추기가 더 어렵잖아요.
새우젓이나 된장을 조금 넣어 끓이는 방법도 있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평소 집에서 좋아하는 찌개 맛에 맞춰 넣어도 되고 빼도 됩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조금 줄이고 전까지 뜨끈하게 데워질 정도로 끓이면 돼요.
여기서 국자로 계속 휘젓는 건 피하는 편이 좋아요. 이미 한 번 부친 전이라 계속 건드리면 계란옷이 벗겨지기도 하고 호박전이나 동태전은 쉽게 부서지거든요.
국물을 떠서 위에 살짝 끼얹거나 냄비를 가볍게 움직여주는 정도면 충분해요.
마지막에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한 번 더 끓인 다음 국물 맛을 보면 됩니다. 조금 싱겁다면 이때 국간장을 더하고, 김치의 신맛이 너무 강하다면 설탕을 아주 조금 넣어 맛을 조절할 수도 있어요.
다만 설탕도 처음부터 넣을 필요는 없어요. 양파에서도 단맛이 나오고 전 자체에서도 여러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한 번 끓여본 뒤 결정하는 게 낫습니다.
이렇게 끓여놓으면 며칠째 보던 전인데도 느낌이 꽤 달라져요. 따끈한 국물과 김치가 들어가면서 느끼함도 덜하고, 종류별로 한두 장씩 애매하게 남은 전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한 가지는 기억해두는 게 좋아요. 냉장고에 너무 오래 있었던 전을 찌개에 넣고 푹 끓인다고 다시 괜찮아지는 건 아니에요.
언제 만든 건지 잘 기억나지 않거나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전이라면 전찌개 재료로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냉동도 마찬가지고요. 오래 실온에 있었던 음식을 뒤늦게 얼린다고 처음 만들었을 때 상태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마무리
명절이 지나고 남은 전을 보면 일단 전부 냉장고에 넣어두기 쉬운데, 양이 많다면 처음부터 나눠두는 게 훨씬 편해요.
며칠 안에 먹을 만큼은 냉장실에 두고 나머지는 한 번 먹을 양씩 소분해서 냉동해두는 거죠. 전 사이에 종이호일이나 랩을 끼워두면 나중에 몇 장만 꺼내기도 편하고, 날짜까지 적어두면 냉동실 안에서 잊어버릴 일도 줄어들고요.
다시 먹을 때도 꼭 전자레인지만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간단하게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고, 조금 더 구운 느낌을 살리고 싶은 날에는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냉동실에 동태전 두 장, 호박전 세 장처럼 애매하게 남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전찌개 차례예요. 김치와 함께 칼칼하게 끓여놓으면 계속 데워 먹던 전과는 또 다른 한 끼가 되거든요.
결국 남은 전 보관은 거창한 비법보다 너무 오래 밖에 두지 않는 것, 먹을 만큼 나눠 보관하는 것, 다시 먹을 때 속까지 충분히 데우는 것이 더 중요해요.
명절이 끝나고 냉장고에 전이 한가득 남았다면 무작정 한 통에 넣어두기보다 냉장할 것과 냉동할 것부터 나눠보세요. 나중에 냉장고 정리할 때도 훨씬 수월할 거예요.
FAQ
남은 전은 완전히 식은 다음 냉장고에 넣어야 하나요?
완전히 차가워질 때까지 몇 시간씩 실온에 둘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조리한 음식이 밖에 너무 오래 나와 있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해요. 양이 많다면 넓고 얕은 용기에 나눠 열이 빠지기 쉽게 해두고 너무 늦지 않게 냉장이나 냉동하는 편이 낫습니다.
냉동 전은 꼭 해동한 다음 데워야 하나요?
꼭 완전히 해동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전 종류나 두께에 따라 냉동 상태에서 천천히 데울 수도 있고, 전자레인지에서 짧게 데운 다음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로 마무리해도 괜찮아요. 동그랑땡처럼 두꺼운 전이라면 겉만 뜨겁지 않은지, 안쪽까지 충분히 데워졌는지만 잘 확인하면 됩니다.
냉동했던 전을 바로 전찌개에 넣어도 될까요?
보관 상태에 문제가 없었던 전이라면 꼭 미리 해동하지 않고 전찌개에 활용할 수 있어요. 다만 냉동 상태에서는 속까지 뜨거워지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으니 충분히 끓이는 게 좋아요. 반대로 냉동하기 전부터 실온에 오래 있었거나 언제 보관했는지 알 수 없는 전이라면 찌개로 푹 끓인다고 다시 안전해지는 건 아니니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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